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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누누 작성일20-10-10 15:16 조회1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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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비평가 다니엘 슈라이버의 손택 사후 최초 평전
시대별로 그의 삶과 역사성 간결하고 엄정하게 담아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 한재호 옮김/글항아리·2만5000원

그는 하나의 현상이었다. 매혹과 권위의 여성 지식인, 영화감독, 연극연출가, 비평가, 노골적이고 정치적인 작가였던 수전 손택은 일생 동안 비난과 찬사를 한몸에 받았지만 누구도 그의 강력한 아우라를 부인하지는 못했다. 독일 비평가 다니엘 슈라이버가 쓴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은 열렬한 탐미적 활동과 맹렬한 글쓰기로 ‘예술적이고도 정치적인 삶’을 치열하게 수행하고 떠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1933년 1월16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수전 리 로젠블랫의 부모는 기업가 정신을 지닌 젊고 부유한 사람들이었다. 어머니는 아름다웠지만 냉정한 알코올중독자였고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유대계 아버지는 그가 5살 때 세상을 떠났다. 재혼한 어머니의 남편 성을 따라 손택이라는 성을 얻은 수전은 두운이 맞는 이름에서 지적이고 세련된 맛이 난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십대 시절 이미 열렬한 탐미주의자로서 그는 문학에 기갈이 들었고 프랑스와 일본 영화를 각별히 사랑했다. 16살 때 대학에 입학했고 17살에 결혼해서 19살에 아들 데이비드 리프를 낳았다. 1950년대 유학길에 올라 파리에서 공부하고 다양한 성적 욕망도 실험했다. 작가, 저항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선택한 그는 아들을 데리고 이혼한 뒤 전남편에게 돈을 받지 않으며 먹고 사느라 전력을 다했다.


뉴욕의 서재에서, 1979년. 글항아리 제공


그는 할 말이 있어 글을 쓴다기보다, 할 말을 찾아내기 위해 글쓰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물론 야심과 허영심, 그리고 자학 사이를 오갔다. 자신의 초고를 가리켜 “방부 처리된, 인쇄된 시체”라며 “거의 열번은 고치고 또 고치는” 성향을 보였다. 1963년 첫 소설 <은인>을 출간한 그는 이후 ‘수전 손택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특히 에세이에서 진가를 발휘해 초기작 <해석에 반대한다>(1966)는 초판 8000부가 금세 동났을 정도였다. 손택은 예술과 철학 분야의 논문에 정통하면서도 학술적 글쓰기 방식과 거리를 두었다. 컬럼비아대 철학과 강사로 일했지만 학계의 선택을 받지 못한 그는 “학문적 삶이 우리 세대 최고의 작가들을 파괴”한다고 짐짓 강조했는데, 지은이는 이 말에서 “상처받은 허영심”을 읽어낸다. 물론 스스로 갱신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손택의 지향과도 무관하지 않았겠지만, “동시대 최고의 작가 중 한 사람”이던 그가 강단에 설 수 없었던 이유는 “엄청나게 가부장적인 대학 세계에 속한 여성이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파리에서, 1979년 수전 손택. 글항아리 제공


1964년 12월10일 <타임>에 그의 기사가 실리면서 손택은 별안간 “선포됐다”(<뉴욕 타임스> 비평가 엘리엇 프리몬트 스미스). 그만큼 부당한 평가들도 일생 따라다녔는데, “미국 문단의 다크 레이디” “문학계의 핀업걸” “지성계의 말채찍” “문화적 조현병 왕국의 요정공주” 따위로 일컬어졌던 것이다. 손택의 지인들도 하나같이 소설보다 에세이를 권했다는 대목에서는 성별화된 영역으로서 문단의 배타성까지 짐작할 수 있다. 이는 분명 “남성 동료들 사이에 만연해 있던 여성혐오”였다.

연극 연출, 영화감독, 사회운동가로도 활동한 손택은 인기를 좇는 동시에 거부했다. 연인이던 배우 워런 비티와 뉴욕 거리를 걷다 신호등 앞에 서 있으면 사람들이 주위로 몰려드는 것을 즐겼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 징병제 반대 시위를 하던 중 1967년 12월 체포되어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마저 “세심하게 기획된 체포 사건”이라고 지은이는 밝힌다. 그는 점점 급진적인 정치운동을 불편하게 여기게 되었는데, “(신좌파의) 유별난 반지성주의 때문이었다”고 한다.

손택은 페미니즘을 선명하게 지지했고 남성 주류 지식인 사회 속에서 외로이 싸우는 자신을 “백인이 가득한 방 안의 검둥이”라 부르기도 했지만 1970년대 공공 담론을 이끌던 페미니스트 그룹에 결코 속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영화감독 겸 사진가 레니 리펜슈탈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끝없이 미학을 추구한 손택은 ‘나치의 협력자’로 일컬어지는 그의 영화를 걸작으로 상찬했지만 시인 에이드리언 리치를 비롯한 급진 페미니스트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손택은 리치를 향해 “1960년대의 유치한 좌파”라 공격하고, 페미니즘 운동의 이념과 지적 평범함은 “파시즘의 뿌리”라며 자신의 지적 우월감을 과시하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런 공격적 태도는 엄청난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급진적 지식인으로서 종지부를 찍었다. 이후 1982년 다시 한번 좌파들을 도발하는 연설로 격렬한 항의를 받았지만 부정적 평판조차 그의 아우라를 더하는 효과를 낳는다.

유방암 치료중에 출간한 책 <사진에 관하여>(1977)는 극찬을 받았고 25년 뒤 전쟁 사진에 관한 걸작 에세이 <타인의 고통>(2003)으로 이어진다. 손택은 투병의 결기를 보이며 1978년 가을 <은유로서의 질병>이라는 또 하나의 기념비적 질병문화사를 출간한다. 1993년 사라예보에서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출했으며 1998년 두번째 암 진단 이후에도 무한한 투지로 글을 써내려갔지만 결국 쓰러지고 만다.


1993년. 글항아리 제공


수많은 그의 사진은 “지적인 주체와 대상화된 아름다운 여성 이미지의 공생”으로 소비된 측면이 크다. 마지막 연인인 사진가 애니 리버비츠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의 모든 모습을 찍어 공개해 윤리적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여, 사진뿐 아니라 어린시절 일기까지 모조리 공개된 이 마당에 더 새로울 것이 있겠느냐는 예측을 뒤집고 이 책은 섬세하면서도 철저하게 그의 삶과 당시 뉴욕 지성·예술의 지형도를 교차시키면서 뜨거운 지성사를 펼쳐놓는다.

신랄하고 냉철한 평전으로서 역할에 충실한 이 책은 예술 비평의 새로운 문을 연 손택의 창조적인 성취에 관한 설명에서만큼은 야박한 느낌을 준다. 뒤로 갈수록 인물과 작가의 ‘대화’가 사라지고 ‘대결’만 강하게 떠올라 그에 관한 평가가 과연 공정한 것인지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 2019년 나온 전기작가 벤저민 모서의 <수전 손택: 삶과 일>도 발간 당시 미국에서 비슷한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수전 손택 평전의 결정판’으로 불리는 모서의 책은 2020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출판사 글항아리는 “지금 번역중인 이 책은 영어로만 8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라 한국어판 출간 예정일을 지금으로서는 정확하게 특정하기 어렵지만 두권 모두 손택의 삶과 시대를 소개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4개 시군 710두 검사 결과 '음성'…"추가 발생 여부 예단 못 해"



화천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농가 통제
(화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강원 화천군의 한 양돈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이 확인된 9일 오전 해당 농가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해당 농장 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2020.10.9 yangdoo@yna.co.kr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강원 화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1년 만에 재발한 가운데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차단 방역과 인접 시군 농가에 대한 정밀 검사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 방역당국은 발생 농가인 화천을 비롯해 인접 또는 접경지역인 철원, 양구, 인제, 고성, 춘천, 홍천, 양양 등 8개 시군 116개 농가에서 사육 중인 1천160두에 대한 정밀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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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화천, 철원, 양구, 인제 71개 농가 710두는 검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이날 중 검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발생 농가인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의 양돈농장에서 출하한 어미돼지 8두 중 3두가 ASF 감염으로 폐사한 철원의 도축장은 이미 폐쇄 조처됐다.

이곳에 보관 중인 축산물도 전량 폐기 처분했다.

발생 농가에서 사육 중인 721두는 전날 살처분이 완료됐다.

이 농장으로부터 '방역대'(10㎞ 이내)에 있는 2개 농가의 예방적 살처분은 농장주와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처리할 방침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추진 관련 브리핑하는 김현수 장관
(서울=연합뉴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양돈농장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에 따른 방역 강화 대책 추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10.9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추가 확산을 위한 차단 방역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접경·인접 시군 116개 양돈농장의 모든 축산차량에 대한 농장 내 출입통제를 시행 중이다.

또 멧돼지 접근 차단을 위한 외부 울타리와 퇴비사 방조망 등 차단 시설을 설치·보완하고 있다.

발생 농가 주변 도로와 축산 차량 통행량 분석을 통해 오염지역에 대한 집중 소독을 하고 있다.

서종억 도 동물방역과장은 "강도 높은 초동 방역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차단하겠다"며 "아울러 ASF 감염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방역대의 농가에 대해서는 수매 권고를 통해 추가 확산을 원천 봉쇄하겠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추가 발생 여부는 예단할 수 없으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발생농장 이동통제, 긴급 살처분, 소독, 예찰 등 방역 관리를 철저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9일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의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1년 만에 발생했다.

사육 돼지에서 ASF 감염이 확인된 것은 작년 9월 16일 국내 첫 발생 이후 전국 15번째이자 올해 들어서는 처음이다.


화천서 강원도 내 첫 농가 ASF 발생
(화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강원 화천군의 한 양돈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이 확인된 9일 오전 해당 농가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10.9 yangdoo@yna.co.kr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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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응시율 14%. 지난달 8일부터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국시)가 시작됐지만, 의대생 대부분은 끝내 추가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의료계는 의대생들에게 응시 기회를 달라고 거듭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태의 발단인 정부 의료정책의 찬반을 떠나 국시 문제만큼은 모두가 한목소리로 비판하는 상황입니다. 이번 주엔 지난하게 이어지고 있는 국시 거부 논란의 핵심을 짚어보겠습니다.

■ 핵심 ① 명분 없는 국시 거부에 등 돌린 국민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글입니다. 청원인은 “공공의료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덕분이라며 챌린지’라는 자신들만의 손동작으로 덕분에 챌린지를 조롱하고 있습니다”라고 의대생들을 규탄했습니다. 이 청원에 57만여명이 동의했습니다.

앞서 의과대학 4학년들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휴진(파업)에 동참해 의사 국시를 거부하는 단체행동을 벌였습니다. 이후 정부와 의료계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하면서 파업은 일단락됐습니다.

전공의들은 의료현장으로 돌아갔고, 의대생들도 동맹휴학을 접고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국시 거부 방침은 철회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의료계 파업이란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지난달 1일 시작될 예정이었던 시험을 8일로 1주 연장했습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시험 접수 마감 전날인 6일 전국 40개 의과대학 응시자대표회 의결에 따라 만장일치로 국시 거부 입장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전체 응시 대상자 3172명 중 446명(14%)만이 시험을 치르게 됐습니다.

정부는 더는 추가 접수나 연장 기회를 주기 어렵다며 예정대로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전공의마저 ‘파업의 명분이 사라졌다’고 말하며 현장으로 돌아간 마당에 국시를 계속 거부하는 의대생의 태도를 국민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핵심 ② 국시 취소한 진짜 이유는 선발대 때문?

때문에 일각에선 이면에 정부 의료정책 반대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을 거란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의대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싶어도 지금은 피할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가 숨어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나온 이슈가 의대의 ‘국시 선발대’ 관행입니다.

의대생들 사이에는 응시자 중 상대적으로 성적이 우수한 선발대가 먼저 국시를 치른 뒤 문제와 형식을 족보 형태로 취합해 공유하는 관행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의료계 파업 동참으로 선발대의 응시 일정이 꼬이면서 시험정보 공유가 어려워진 겁니다.

이번에 의대생들이 거부한 국시는 실기시험입니다. 3000여명에 달하는 응시자를 수용할 장소와 실기에 쓸 장비가 필요하고 채점할 교수진도 확보해야 해 35일이라는 긴 일정이 잡힙니다. 이 중 응시자가 원하는 시험 날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발대가 가능한 이유죠.

사실 실기시험의 대략적인 항목과 평가 기준은 시험을 주관하는 국시원 홈페이지에도 사전 연습을 위해 이미 공개돼 있습니다. 또 시험 문항이나 채점 방식이 일별로 다르게 구성돼 선발대가 내용을 공유해도 후발대가 완전히 같은 방식으로 치를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커닝’까지는 아니지만, 후발대가 출제 경향을 미리 습득해 수월하게 시험을 치를 순 있는 정도로 보입니다. 의료계에서는 실기시험인 만큼 문제를 공유해도 곧바로 실력 향상으로 이어지긴 어려우며 합격률도 90% 정도로 매우 높아 당락이 의미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핵심 ③ 의대생은 침묵하고 선배들이 대리 사과

국시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의료계의 의대생 구제 요구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전히 재응시 기회는 주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다른 국가시험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입니다.파워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재응시 기회는) 사회적으로 (용인하기) 어려운 문제고 국민들의 양해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1년에 수백 개씩 치르는 국가시험 중 어느 한 시험만 예외적으로 재응시(하게)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9일 중앙내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국민들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또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국시 문제는 현재 상황으로서는 허용 여부가 가능하지 않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입장이 강경한 데다 여론도 점점 악화하자 대학병원장들이 나섰습니다. 8일 김영훈 고려대학교의료원장을 비롯해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병원장들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 질책은 선배들에게 해달라”며 고개 숙였습니다.

앞서 의과대학 학장과 의학전문대학원 원장들도 ‘선생, 선배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한 잘못’이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의료계 원로들의 거듭된 호소와 달리 본과 4학년 대표들은 “응시 의사를 표명한다”고 전향적 태도만 밝혔을 뿐 사과는 없었습니다.이 가운데 자신을 국시 접수를 취소한 의대생이라고 주장하며 ‘응시 기회를 달라’고 읍소하는 국민청원도 올라왔습니다. 그는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의대생들이 대국민 사과를 한다고 해도 조건부로 국시를 재개할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여론은 싸늘합니다. 국민이 의료진 덕분이라며 추켜든 손을 의대생들이 접어 내린 순간, 감정의 골은 돌이킬 수 없이 깊어졌습니다. 정부 의료정책의 허점 때문에 시작된 싸움이라고 해도 이를 전달하는 의료계의 소통 방식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죠.

의대생 국시 거부는 단순히 시험 유예로 끝나지 않습니다. 해마다 일정한 신규 의사들이 배출돼야 의료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유지됩니다. 당장 내년부터 인턴과 공보의 부족으로 의료 공백이 발생할 텐데 그 전에 갈등을 해소하고 머리를 맞대 해결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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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광주, 이선호 기자] KIA 타이거즈 최형우(37)에게 시간은 거꾸로 가는 것일까?

최형우는 지난 9일 SK 와이번스와의 광주경기에서 1회 동점 투런홈런을 날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결승타는 아니었지만 분위기를 가져왔고, 팀의 5-3 승리를 이끌어내는 귀중한 홈런이었다.

올해 타율 3할4푼7리(3위), 22홈런, 95타점, 장타율 5할6푼6리(5위), 출루율 4할2푼3리(2위)의 우등성적을 내고 있다. OPS(.989)는 KT 로하스(1.093)에 이어 2위이다. 37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올해부터 지명타자로 변신해 체력적 부담을 덜었다. 대신 타격에만 집중해 얻어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올들어 결정적인 타격을 하는 장면이 많다. 물론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팀내에서는 가장 찬스에 강한 클러치 히터로 인정을 받고 있다.

최형우의 가치는 결승타에서 나온다. 지난 9일 현재 17개의 결승타를 때려냈다. 이 부문 1위 NC 다이노스의 나성범에게 1개 차 2위이다. 최형우의 득점권 타율은 3할7푼9리, 리그 5위이다.

37살의 노령인데도 개인 최다 결승타에 도전하고 있다. 최형우는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결승타는 18개이다. 삼성시절인 2011년과 2015년에 각각 기록한 바 있다. 이제는 남은 시즌에서 2개를 더하면 개인 최다 결승타를 만들 수 있다.

최형우는 2017년 KIA 이적 이후 4년 동안 이 부문에서도 최상위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까지 4년 동안 결승타 51개를 기록했다. 롯데 이대호(52개)에 이어 2위에 랭크되어 있다.

29홈런-95타점을 기록중인 프레스턴 터커는 결승타 9개, 득점권 타율 2할9푼8리를 기록하고 있다. 최형우는 터커가 최근 10경기에서 1타점에 그치는 사이 12타점을 올려 팀내 최다 타점도 따라잡을 기세이다. 작년 실패했던 100타점도 눈 앞에 두고 있다.

KIA가 2017시즌을 앞두고 우승을 위해 베팅한 이유였고, 능력으로 그 가치를 입증했다. 실제로 2017년 우승의 절대적인 공헌자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전성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sunny@osen.co.kr


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한재호 옮김
글항아리 | 500쪽 | 2만5000원

2004년 12월28일 수전 손택이 세상을 떠났다. 미국에선 손택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동남아를 강타한 쓰나미 보도와 함께 주요 일간지에 대서특필됐다. 바다 건너 한국 언론도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라 불렸던 작가이자 평론가”였던 그의 죽음을 전했다. 손택의 저작이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한 지 고작 2년 만이었다.

20세기 지식인 중 가장 매혹적인 인물로 꼽히는 손택.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은 독일 비평가 다니엘 슈라이버가 손택 사후 펴낸 첫 평전이다. 손택의 일대기를 중요한 분기점에 따라 연대순으로 정리하면서 그가 완성하고자 했던 문학가이자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수전 손택 프로젝트’로 조명한다.

아방가르드 비평가,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운동가, 정치적 급진주의자, 스웨덴에서 진지하게 활동했던 영화감독, 세월을 거스르는 젊음을 간직한 지식인, 낭만적 예술가들에게 이끌렸던 소설가. 손택이 열정적으로 수행한 역할들이다. 그는 엄격한 지성주의에 입각해 전후 비평계가 공유하던 틀을 깨부수고 기존에 확립되었다고 믿어졌던 분류를 전복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텍스트에 숨겨진 ‘진정한’ 의미를 찾아낸다는 비평 관행을 비판하며 내놓은 “해석이란 지식인이 예술작품에 가하는 복수”(1966)라든지, 9·11테러 직후 미국 제국주의를 비판하며 파문을 일으킨 “다 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 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2001) 등의 금언은 지금껏 인용되기도 한다.

손택은 고급과 저급, 예술과 예술 아닌 것 따위의 경계를 무화한 특유의 재범주화 작업으로도 주목받았다. 이를테면 1960년대 게이 하위문화에서 가져온 ‘캠프’(키치 영화, 소설, 대량 생산된 장식품에서 세련되고 지적인 즐거움을 끌어내는 모순적 태도) 개념은 소비문화와 오락물로 포화 상태인 미국 문화에서 새로운 미학적 감수성을 드러냈다. <‘캠프’에 관한 단상>이라는 비평 에세이 한 편으로 31세 여성이 지성계의 스타 반열에 오른다.

책은 이처럼 손택의 성공을 전달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손택의 ‘자기창조’ 욕구, 즉 일평생 명성을 열망하고 자신의 삶을 신화화한 시도들을 점검하며 거리 두기를 한다. 저자는 여러 인터뷰와 주변 증언을 바탕으로 위풍당당함을 떠받치던 불안과 두려움,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했던 신랄함과 오만함, 동시에 그들에게 설렘과 희열을 안긴 카리스마 등 손택의 모순적 면모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수전 손택은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머리가 하얗게 세자 다시 검게 염색하면서 일부를 백발로 남겨둔다. 이후 흑발과 대비를 이루며 이마 위로 내려온 백발이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왼쪽 사진부터 1979년 뉴욕 서재에서의 모습, 1993년 보스니아 사라예보 청년극단에서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출하는 모습, 1999년 뉴욕에서 촬영한 모습, 2004년 요하네스버그에서 네이딘 고디머와 함께한 모습이다. 글항아리 제공


작가이자 평론가로서 손택의 삶
사후의 첫 평전이자 미적 연대기
명성을 열망했던 비판적 지식인
모순적 진면모 입체적으로 조명

1933년 1월16일 뉴욕의 부유한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난 수전 리 로젠블랫은 5세 때 아버지가 사망한 뒤 어머니 밀드러드가 1944년 참전용사 네이선 손택 대위와 결혼하면서 성을 바꾼다. 16세 때 UC버클리를 거쳐 시카고대에서 학문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후, 17세에 필립 리프를 만나 결혼하고, 18세 때 아들 데이비드 리프를 출산한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부모, 특히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손택의 어두운 유년시절이다. “인정받지 못하는 외로운 시골뜨기의 유년기라는 감옥에서 탈출한,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스스로를 과장하고 이상화하는 작가의 자아상이 생겨나게” 됐다는 것이다. “아무리 신동이었다고 해도, 자발적으로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를 읽고 이해했다는 주장을 곧이듣기는 어렵다.” 하지만 젊은 시절 지성과 고급문화에 대한 갈망은 훗날 수전 손택이라는 이름으로 경주해간 ‘지성과 관능’ 여정의 밑거름이 됐다.

1963년 첫 소설 <은인>을 출간하며 ‘프로젝트’에 착수한 손택은 초기 대표작으로 꼽히는 <해석에 반대한다>에 이어 <사진에 관하여> <은유로서의 질병> 등 일련의 에세이들을 통해 명성과 아우라라는 복잡한 영향력을 얻는다. 자신의 명성을 활용해 문학인들에 대한 구명 운동을 벌이고,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는 등 실천하는 문학가로서 소임을 다하려 했으며, 롤랑 바르트나 에밀 시오랑 등 비영어권 작가들을 알리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마리아 아이린 포네스, 루신다 차일즈, 애니 리버비츠 등 빛나는 여성 예술가들의 연인이기도 했다.

손택은 9·11 테러 이후 문화사에 대한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진보언론조차 전시 상태를 의식해 비판적 보도를 꺼리는 상황에서 그는 “왜 미국 외교 정책은 언제나 외국인의 생명이 미국인의 생명보다 가치가 덜하다고 상정하는가?”라고 문제 제기한 것이다. 전쟁 사진을 통해 재현의 윤리를 다룬 <타인의 고통>(2003)은 그러한 측면에서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다.

손택은 에세이집 9권, 장편소설 4권과 단편집 1권, 몇 편의 영화 시나리오와 희곡, 완성되지 못한 수많은 프로젝트를 남기고 타계했다. 과거 암 치료 과정에서 받은 방사선 치료가 원인이 된 백혈병 때문이었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탁월한 부고기사는 손택을 향한 미국인들의 감정이 어땠는지를 보여줬다. “20세기 문단에서 가장 찬양받는 - 그러나 동시에 가장 평가가 엇갈리는 - 존재”였으며, “손택의 이미지는 누구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20세기 대중문화의 산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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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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